포스팅이나 어디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그간 모아놓은 여행 사진들을 가끔 살펴본다.
코로나 이후로 여행을 잘 다니지 못했던 나에게 다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유튜브에 구독하는 채널들도 여행 채널이고, 가끔 티비 프로그램을 짤로 보아도 어지간한건 다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내여행도 너무 좋은데, 왜 해외여행을 가려고 할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한동안 스트레스도 너무 많이 받고, 인터넷 뒤적거리면서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의 특징' 같은 것도 찾아보게 되었다.
신기하게 전부 나에게 해당되는 되어서, '내가 스트레스 받고는 있구나' 생각을 했다.
이럴때 늘 여행다녔던 사진을 본다.
'왜 내가 여행을 다녔지?'
사람들에게 늘 치이고 지쳐있던 찰나 이 질문에 답을 찾아냈다.

국내 여행 중 찍은 사진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얼굴이 거의 없다.
대부분 같이 갔던 지인들의 얼굴이나 가족들의 얼굴일 뿐, 그 동네 사는 사람들의 얼굴이나 표정이 하나도 없다.
우리나라는 초상권에 예민한 나라이다.
자기가 스스로 얼굴을 드러내거나 동의 없이 사진을 올렸다가는 큰일나는 나라이다.
그런데 해외 여행은 달랐다.
그 사람들의 표정, 행동, 감정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한국 사람이어서 그런지 그 나라 사람들을 피해서 찍는 내 모습이 기억이 났다.

떼어낼 수 없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웃게도 만들고 울게도 만드는데,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이것이 내 여행의 알수 없는 목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는 '사람들 함부로 찍으면 안돼'라는 생각으로 사진에 담기진 않았지만, 여행 속에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생각이 난다.
심지어 나는 그 나라, 그 지역을 방문하면 어플을 통해서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기도 했다.
그게 내가 호텔에서 머무는 즐거움이었다.
내가 있는 숙소와 가까이에 있어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만나기도 했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밤 사이에 친구가 되어 몇일이고 여행을 같이 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었다.
가족도 있고, 동료도 있고, 친구도 있다.
그런데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답답하고 막혀 있는 이곳보다야 어쩌다 사진에 찍히는걸 알면 웃으면서 손으로 V를 그려주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이 넉넉해 지는 것 같기도 했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관광지를 그 짧은 시간 안에 다돌아 보아야 한다는 생각은 어느샌가 없었다.
여행을 왔으면 다시 일할 힘을 얻어서 가야 하는데, 오히려 짧은시간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오히려 일상으로 와서 번아웃이 더 쉽게 되는것 같았다.
결국 나랑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에게 표정 하나로, 한번의 친절로, 힘을 주는 것 같았다.
너무 몰랐다.
진작 알았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사진에 담아둘껄...
사진기를 팔고, 또 점점 여행과 멀어지는 지금 생각이 났으니...
여행을 다니는 많은 사람들의 SNS를 보면서 대신 위로를 받아야겠다.

그나저나 이스라엘이 전쟁 중이라 조금 속상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라 중 하나인데,
다시 가고 싶어도 한동안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 같다.
작년 이맘 때쯤 준비해서 다녀온 사진을 계속 들여다 본다.
다시금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시간도, 내 환경도, 내 상황도 딱 한번이라도 더 다녀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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